사회적 경제 칼럼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은 시장 진화의 가장 인간적인 결과물

2000년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와 신산업 발전, ‘네트워크 외부성’의 실현으로 시장 진화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행위와 심리작용이 정보 전산화되고 지리, 물리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창의력과 혁신성은 나날이 극대화되고 있다.시장의 진화는 인간성과 사회적 가치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의 제약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좋은 시장’은 좋은 상품과 좋은 일자리, 좋은 소득을 만든다. 좋은 소득은 좋은 조세로써 좋은 정부를 만들고, 좋은 교육 수준과 제도를 만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보다 ‘좋은 가치’를 지향하는 윤리적 시장을 만든다.

여러 선진국가의 사례가 그렇듯, 시장과 산업의 발전, 이로 인한 소득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정보를 확산하고 교육을 확대시켜 사회 구성원 전체의 ‘도덕 감정과 윤리적 수준’의 진보를 유도한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의 출현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사회적 경제 영역은 기존 시장체제의 모순과 정부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하는 대안적 경제활동이 아니라, 보다 진화하고 확대된 시장이 영글어 내는 가장 인간적인 상품화다. 경쟁적 자유시장 논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유시장의 가장 긍정적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가치의 상품화’ 곧 사회적 경제인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정부가 납세자의 조세를 통해 비효율적으로 제공하던 공적 서비스를 효율화시키고, 생산성은 낮으나 누구보다 소득이 필요한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을 창출하며,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으나 사회 구성원의 공익을 위해 반드시 공급해야 하는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영역이다. 소유 지분의 크기에 비례하는 의사결정보다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진정한 ‘인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현장이기도하다. 회계적 수익성만을 따져서는 결코 도전할 수 없는 영역에 사회적 가치를 위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그들의 생산활동이 지향하는 수익구조는 기존 기업의 방식과는 다소 다르다. 이들이 내세우는 본질은 사용자의 효용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소비가 불러올 ‘사회적 가치’다. 바로, 사용자의 윤리성과 도덕 감정에 호소해 ‘당신의 소비가 불러올 사회에 대한 긍정적 가치’에 경영 목표를 둔다. 생산과 교환, 소비의 일반적 원칙은 기존의 기업과 동일하지만, 자원과 소득의 분배 방식은 보다 ‘사회적으로 조달’되고,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동일한 효용을 주는 상품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의 가치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 혹은 이 상품의 수요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이롭게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새로운 기업 형태가 생겨났다.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은 시장의 발달과 진화의 가장 ‘인간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시장은 사회 구성원의 욕망이 거래되는 곳이며, 시장은 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에게 보다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우리는 이미 또 다른 시장의 진화를 목격하고 있으며, 진보된 사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혹은 ‘사회적 성과’가 기업화되고, 상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사회적인가’라는 관점이 생산과 소비에 적용되는 새로운 시장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의 목적 함수는 ‘사회적 가치가 담긴 상품화’에 있다. 새로운 시장이 그들을 탄생시켰으며, 그 시장은 다시금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경북의 사회적 경제 현장을 보자. 일반인 10명을 고용하면 되는 일을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장애인 50명의 일자리로 만들기도 하며, 굳이 더 큰 비용을 들여 시골 할머니들에게 일감을 주고, 그들의 상품을 시장가격 이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대중도 그들의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며(크라우드 펀딩),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은 1등만이 살아남는 지옥이 아니다. 시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해내지 못하는 진보와 혁신,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잉태하는 창조의 어머니다.

(사)지역과 소셜비즈 박철훈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