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인 수기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치를 증명하자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은 2013년 6월 서울시 송파구에서 창립해 현재 7년이 되었습니다. 웹툰제작, 캐릭터, 편집, 번역을 비롯한 광고 외주 작업등 만화, 웹툰에 관련하여 대부분의 작업을 하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등의 만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 54명의 만화인들이 모여서 이만큼이나 모였는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겠어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우리 사무실과 가까운 송파구 마천동에서 송파세모녀 자살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두 자매는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이 었습니다. 고작 원고료는 1만 9천 9백원을 받고 연봉은 15만원도 되지 않았지만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만화계는 이 이야기를 애써 외면했습니다. 커지는 웹툰 시장에서 이 이야기가 좋을리는 없었겠지요. TV나 네이버, 카카오같은 플랫폼에서 매일같이 웹툰을 접하다 보니 웹툰작가의 인기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우리 협동조합은 이 일을 계기로 웹툰 작가들의 사회안전망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술, 연예계는 압정을 뒤집어 놓은 계층구조로 되어있다고 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펴낸 ”만화창작인력 실태조사, Report 2016“를 보면 웹툰 작가의 83.2%는 소위 4대 보험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컨텐츠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무한 소비되고 버려지는 실정입니다. 작가는 일정한 기간 모판에서 모가 자라나듯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기간 없이 바로 온갖 병충해와 싸워야 하는 지금의 콘텐츠 생태계는 철저히 시장구조이기에 결국 돈에 의해 모든 승부가 결정되게 합니다. 그나마 모판을 형성해야 하는 정책과 지원금은 규모가 턱없이 적고 또 중심에는 그들만의 리그도 존재하는 실정 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협동조합이 선택한 일은 역발상이었습니다. 송파세모녀 사건의 비극은 어머니의 팔이 부러지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같은 비극이 만화가들에게만 있을까? 치킨을 파는 사장님도 택배를 하는 가장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런 일이 벌어질 때 마다 정부의 무조건 지원만 바라고 있어야 하나? 우리가 뭔데? 정말 우리가 뭐지? 협동조합은 많은 생각을 했고 가장 기본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원칙에 도달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원칙 중 7번째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조합원의 동의를 토대로 조합이 속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지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치를 증명하자, 웹툰작가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자. 지역민들에게 누가 히트작가고 누가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청년웹툰작가들이 모이니 동네가 밝아지고 작가들이 만든 작품의 무대를 보려고 또 사람들이 모여드니, 장사가 잘되 지역이 활성화 되는구나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일이 4년째 접어든 장애인 및 취약 계층을 위한 웹툰 교육이고, 취약계층의 고용이며 낙후된 마을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마을학교와 공동체 회의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일이 였습니다. 학원을 갈 수 없는 장애인이나 학교 밖 아이들에게 환경을 뛰어 넘어 일할 수 있게하며, 다문화 가정의 엄마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컨텐츠를 세계로 보낼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장애인 쿼터제를 예술계 최초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문화부 예산을 받아와 장애인 및 취약계층을 위한 웹툰 직업 교육을 실시하게 하는 토대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미 기업 소속의 직원 개념으로 일하는 미국과 사회적 경제를 통해 작가들의 안전망이 잘 구축된 프랑스, 저작권 수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일본처럼, 사회안전망과 정당한 저작권 수입보장 및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보장을 하며, 작품 활동외에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콘텐츠 발굴 및 사업모델 개발로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려합니다. 그 후 모판에서 모가 자라나듯 사회적기업에서 성장한 청년 웹툰 작가들은 한국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큰 재목이 될 것입니다.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조재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