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사회적 가치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 위기는 한국 사회에서 ‘상대방을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 된다’ 라는 경험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타주의와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했고 그럼으로써 공공성을 지향하는 탄탄한 인프라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인류 역사에서 큰 역병은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가져오곤 했다. 14세기 페스트는 3,0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중세 봉건제의 몰락과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불러왔다. 19세기 콜레라는 1,500여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상하수도 시설 및 공중위생을 확립시켜 일상적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역시 세계적으로도 넥스트 노멀(Next Normal), 거대한 재시작(Great Reset) 등의 표현을 가져올 정도로 문명사적 의미가 크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는 단절적 변혁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는 그 발생 원인부터 진행 경과와 향후 예상되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가치와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통해 당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도를 혁신하여 정치적으로는 공공선이 실현되는 ‘공화’의 시대로 바뀌고 경제적으로는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창의’의 시대로 바뀌는 대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

코로나19의 진행 경과를 살펴보아도 나라에 따라 그 진행이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특히 정부나 시민사회의 대응은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의 확산 상황과 치명률도 나라별로 크게 달라지는 결과를 보였다.

한국 시민들은 인류 공동의 적 앞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대응할 것인가?’ ‘얼마나, 어디까지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였다. 방역을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의료인, 시설, 장비의 부족 그리고 마스크 공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응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면서 이것이 곧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정도의 높은 교육이 있었다. 물리적 거리를 두더라도 마음의 거리는 가까이해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를 나타냈다. 정부와 방역 관련 주체들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높였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나라에는 국격, 즉 국가의 품격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 국격을 세계에 나타내 보였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내다보자. 당장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 비대면noncontact 서비스의 약진 등 기술 관련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병의 원인이 숲 파괴와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환경의 역습이란 점에서 그린 혁신도 주목받을 것이다. 필자는 특히 사람을 중심으로 한 혁신, 사회 혁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혁신에 주목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생명과 일자리가 위기에 몰렸을 때 보건의료, 일자리, 사회안전망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이 공공선에 의해 효과적으로 작동될 때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때 공공선의 역할을 정부나 공공부문이 담당했다는 뜻이 아니다. 공익에 부합하는 가치와 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실행되기만 한다면 꼭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의해서도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회적경제가 바로 공공성을 갖춘 민간이다. 선공후사라는 원칙을 지키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판단과 결단을 통해 시민들이 참여할 때 공공성은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 그리고 평등, 공동체의 안전, 연대, 박애는 모두 소중한 가치이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진실을 시험받는다. 때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고자 하는 참여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위해 피 흘려 투쟁해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때를 분별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있는가 라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 속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바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공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선 추구는 이해관계자 간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前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


이 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전략](김재구, 배종태 외 4인 공저, 2020.6.30 발간)의 머리말 중 일부를 수정하여 전재한 것이다.